편집실 안내 — 《영가회보》 8-5호(2023년 1월 15일 발행) 9면 〈영가칼럼〉을 지면 그대로 옮겼습니다. 이전 판의 머리 '영가갈채'는 지면대로 '영가칼럼'으로 바로잡았습니다. 원문의 '예속상규(禮俗相交)'는 한자에 맞춰 '예속상교'로, 'making Differnce'는 'making Difference'로 바로잡았습니다.

남영찬 남영찬 — 법무법인 클라스 대표변호사

필자는 두 개의 업(業)을 가지고 있다. 하나는 경제적 삶을 위한 직업인 '변호사'이다. 다음은 비영리 시민단체인 '사단법인 한국자원봉사포럼'의 회장이다. 이는 가치를 위한 업이다. 한국자원봉사포럼과의 인연은 필자가 SK그룹의 사회공헌 업무를 총괄함을 계기로 고 금창태 전 중앙일보 사장님, 김경동 서울대 명예교수님을 매개로 운명처럼 맺어졌다. 비영리 시민단체를 이끌어 가는 것은 간단치 않고, 능력도 부족하였지만, 사람은 돈을 위한 업과 가치를 위한 업을 겸하여야 한다는 신념에 따랐다. 금창태 전 사장께서 포럼의 4대 회장을, 김경동 교수께서 7, 8대 회장을 역임하신 점도 인연의 고리가 되었다.

우리 선비들은 '적선지가 필유여경(積善之家 必有餘慶)'이라는 주역의 가르침을 삶의 지침으로 삼았다. 향약의 4대 덕목인 '덕업상권(德業相勸), 과실상규(過失相規), 예속상교(禮俗相交), 환난상휼(患難相恤)'은 자원봉사의 원형적 요소라 할 수 있다. 이 덕목에는 유가의 이상사회 실현을 위한 실천 방안이 집약되어 있다. 퇴계의 예안향약(禮安鄕約)은 '환란에 처한 이웃을 도울 수 있는데도 좌시하고 구해주지 않는 자'를 벌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그만큼 공동선에 대한 의지가 강했다. 조선시대에는, 박시제중(博施濟衆), 권분(勸分), 자유(慈幼), 구활(救活), 고휼(顧恤) 등 이타적 활동들이 많았다. 퇴계 선생과 서신으로 8년간 사칠논변(四七論辨)을 전개한 고봉(高峯) 선생은 '나의 평생 공부는 오로지 적선 두 글자에 있다(吾平生功夫 只在積善二字)'고 단언할 정도로 이타적 삶을 최고의 가치로 두었다.

2019년 11월말 고향 안동에서 '선비정신과 자원봉사 운동'이라는 주제로 정기 포럼을 개최한 적이 있다. "안동에서 면면히 이어져 온 선비정신과 자원봉사의 철학을 접목하여 자원봉사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미래를 조명하고, 유가의 지혜를 자원봉사 운동의 방향 정립에 보태고자 오늘 포럼을 개최하게 되었다"고 개회사를 하였다. 김경동 교수께서 주제에 관한 기조발표를 하셨다. 안동이 낳은 세계적 사회학자이신 김교수는 이 포럼의 주제에 관한 시사를 주셨다. 동·서양의 담론과 활동들을 넘나들며 '자원봉사의 유가적 이해와 현대적 실천'을 모색하는 내용이었다. 교수께서는 선비정신의 핵심 가치를 유가의 노블리스 오블리제에서 찾았다. 오늘날 자원봉사는 단순히 남을 돕는 것을 넘어서 베품과 기부 등을 통한 사회적 연대, 신뢰 등의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기능을 한다.

필자가 알기로 고향의 수많은 어른들과 선·후배들이 기부와 자원봉사를 다양한 방법으로 드러내지 않고 실천하고 계신다. 아마도 그 원동력은 안동사람에게 내재된 '선비정신'일 것이다. 그러한 활동들을 통하여 안동다움이 유지되고 진화되고 있다고 믿는다. 우리는 고향 안동이 '정신문화의 수도'라고 자부한다. 이 자부심이 객관화되려면 정신적 가치에서 우위를 점하여야 한다. 우위는 남다름에 있다. 자원봉사를 'making Difference'라고도 하듯이, 자원봉사에 남다름의 길이 있다. 내 고향 안동이 기부와 베품 등 자원봉사에서도 정신적 클러스터가 되기를 기대한다.

— 남영찬 / 법무법인 클라스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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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영가회보》 8-5호 (2023년 겨울호)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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