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실 안내 — 《영가회보》 8-4호(2022년 10월 15일 발행) 10면 연재 세 번째 회를 지면 그대로 옮겼습니다. 이전 판에서 연재명을 '평직 공무원', 필자를 '정만규'로 잘못 적었던 것을 지면대로 '퇴직 공무원', 권영규로 바로잡았습니다.
前 서울부시장 권영규
파라과이에서 2년간의 활동이 끝났을 때 그곳 고용노동부 장관은 나에게 1년 더 머물러 달라고 했다. 하지만 2018년은 파라과이 대통령 선거가 예정된 해인데다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면 장관은 물론이고 과장급 이상의 간부들 전원이 교체되는 상황이기에 계속 일하기는 어려웠다. 서울로 돌아와 잠시 쉬고 있던 중 콜롬비아 보고타 시의 사회적경제청(IPES)에서 정책기획, 집행, 모니터링 및 피드백을 도와줄 전문가를 필요로 한다고 했다. 다시 영어 시험과 전문 면접을 거쳐 보고타로 갔다.
하지만 황당하기는 거기도 마찬가지였다. 도착 첫날 상견례 자리에서 국제협력담당관이 불쑥 "기관장을 비롯해 간부들조차 영어를 못하니, 영어를 사용하지 말고 스페인어를 쓰자"라는 제안을 했다. 용기를 내어 그렇게 하자고 약속했고, 그날부터 일상생활은 물론 간부회의 발표와 세미나, 강의, 각종 자문 활동을 모두 스페인어로 하게 되었다. 그들은 나를 '도시정책 전문가' 자격으로 초청했지만 도착해보니 IPES는 정책을 다루는 기관이 아니었다. 길거리 노점상을 관리하고 공영 시장을 관리하는 집행기관이었다.
나는 정책기획 활동을 포기하고 바로 이 기관의 업무 현황과 문제점부터 파악해야 했다. 신문 기사를 뒤지고, 시의회 회의록을 확인하고, 시장 공약 사항과 감사 보고서를 찾아 읽었다. 그리고 이런 자료를 토대로 이 기관의 혁신 계획을 수립했고 전체 간부들이 모인 자리에서 공개적으로 발표를 했다. '한계를 뛰어넘어(¡Mas allá del límite!)' 란 타이틀도 내걸었다. 나는 세 차례의 세미나를 주도했고 매번 기조 강연을 맡았다.
이 강연을 들은 콜롬비아 가족청소년부 관료 한 분이 나에게 자기 부처에도 특강을 해달라고 요청했고 이것을 계기로 나는 콜롬비아의 중앙정부와 각 주·지방 정부, 그리고 각 대학의 초청을 받아 특강을 하러 다녔다. 그들은 한국의 산업화와 민주화 그리고 정보화로 이어지는 발전 과정을 알고 싶어했고, 대중교통 시스템 개혁, 청계천 복원 프로젝트 등 서울시의 행정 혁신 사례를 배우고 싶어했다. 기적을 이뤄낸 대한민국과 서울의 저력을 부러워했고 지칠 줄 모르는 한국인들의 끈기와 근면성에 경의와 찬사를 보냈다.
세상사는 이치는 어디서나 똑같다. 진심을 다하면 마음이 통하고 마음이 통하면 친구가 된다. IPES 청장 마리아는 "정책기획분야에서 보여준 박사님의 전문성도 중요했지만, 우리 직원들과 일하는 과정에서 표출된 당신의 인간성과 친밀감은 더욱 소중한 것이었습니다" 라는 각별한 인사를 전하기도 했다.
2019년 6월에 콜롬비아 활동을 마치고 귀국한 나는 이번에는 아프리카로 떠나 볼까 생각하며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때 KOICA에서 연락이 왔다. "도시분야 전문위원으로 위촉할 테니 파라과이 정부의 토지주택공사 설립 프로젝트를 책임지고 맡아 달라" 고 했다. KOICA는 곧바로 도시계획 행정가와 금융 재정 전문가로 구성된 프로젝트 팀을 꾸렸고, 준비를 마친 우리 팀은 그해 11월28일에 다시 파라과이로 떠나기로 했다.
— 권영규 / 前 서울부시장
안동사람 권영규는 서울시 행정1부시장/시장권한대행을 마지막으로 32년 공직생활을 마무리했다. 퇴직 후에는 한국국제협력단(KOICA) 자문관으로 5년이상 해외봉사활동을 했다. 코로나19로 인해 해외활동이 어려워지면서 현재 서울시자원봉사센터 이사장으로 일하고 있다. 퇴직 후 그의 삶의 모습을 4회로 나누어 게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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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영가회보》 8-4호 (2022년 가을호) 10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