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실 안내 — 《영가회보》 8-2호(2022년 4월 15일 발행) 11면 연재 첫 회를 지면 그대로 옮겼습니다. 이 글은 앞서 제목이 '평직 공무원', 필자가 편집실로 잘못 실려 있던 것을 원문대로 바로잡았습니다.
前 서울부시장 권영규
삶이란 무엇인가? 끊임없이 행복을 추구하는 과정이다. 행복하기 위해 부를 축적하고 명예를 쫓아가고 권력을 추구한다. 개인적 욕망이던, 거창한 대의명분이던 간에 그것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살맛을 느끼고 기쁨을 맛본다.
나는 내 행복의 수단으로 공무원을 선택했다. 군 복무를 하는 동안 몇몇 친구가 행정 고시에 합격하는 걸 보고, 전역 후 '나도 한번 해보자'하고 응시했는데 운 좋게도 단번에 합격했다. 우연한 선택이었지만 공무원이 된 것이 자랑스러웠고 자랑스러운 만큼 몰입하며 근무했다. 그렇게 30년이 흘렀고 직업공무원으로서 오를 수 있는 최고의 지위까지 올랐다. 하지만 영광도 잠시, 정치 상황이 급변하면서 갑자기 공직에서 물러나야 했다. 모든 것을 쏟아 부었던 서울시청을 뒤로하고 바깥 세상에 나와 보니 모든 것이 낯설었다. 갑작스레 퇴직하다 보니 나머지 삶에 대한 준비를 하지 못했다. 무엇을 추구해야 할지 몰랐고,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몰랐다. 하지만 뭔가 일을 찾아야 했다. 대학 강단에도 서 보고 공공기관에도 발을 들여놓으며 이곳 저곳을 기웃거렸지만 새로운 기회를 잡기는 쉽지 않았다. 꿈을 찾지 못하고 추구하는 목표가 없으니 삶이 심드렁하고 시들해졌다.
그때 KOICA(한국국제협력단)에서 자문단을 모집하는 광고가 나왔다. 파라과이 고용노동부에서 일할 인적자원개발 전문가를 선발한다고 했다. 눈이 번쩍 띄었다. 곧바로 지원했고 영어와 전문 능력 테스트를 거친 후, 2015년 2월 말 아순시온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비행시간 내내 내 선택이 옳다고 자기 최면을 걸면서 흔들리지 않으리라 굳게 다짐했다. "나는 30년 행정경험이 있어! 그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어! 나는 이 길에서 삶의 보람을 찾을 거야!"
막상 현지에 도착해보니 봉사는 그 이름처럼 멋있는 것이 아니었다. 허름한 월셋방에서 내 손으로 밥해 먹고, 청소하고, 빨래하고, 외롭게 밤 시간을 보내야 했다. 노상 강도를 만날까 조마조마 하며 길거리를 걸어야 했고, 소매치기를 걱정하며 버스를 타야 했다. 손짓 발짓하며 소통해야 했고 스페인어와 씨름하면서 파워포인트 자료를 만들어야 했다.
그 곳은 전혀 다른 세상이었다. 나는 파라과이 행정의 전문가가 아니었다. 나의 경험은 서울에서의 경험이었고 나의 지식은 한국에서 필요한 지식일 뿐이었다. 당장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고 어떻게 해야 할 지 몰랐다. 나를 초청한 책임자는 바뀌어 있었고 후임자는 "왜 나를 초청했는지, 나에게 어떤 도움을 요청해야 하는지" 모르고 있었다. 한마디로 나는 현지 실정에 어둡고, 관심도 받지 못하는 이방인 신세였다.
안동사람 권영규는 서울시 행정1부시장/시장권한대행을 마지막으로 32년 공직생활을 마무리했다. 퇴직 후에는 한국국제협력단(KOICA) 자문관으로 5년이상 해외봉사활동을 했다. 코로나19로 인해 해외활동이 어려워지면서 현재 서울시자원봉사센터 이사장으로 일하고 있다. 퇴직 후 그의 삶의 모습을 4회로 나누어 게재한다.
출처: 《영가회보》 8-2호 (2022년 봄호) 11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