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퇴직 공무원의 행복 찾기 〈2〉 내가 깨우치고 배운 파라과이

영가마당·안동 문화 · 前 서울부시장 권영규

2022年 07月 15日글 · 권영규

편집실 안내 — 《영가회보》 8-3호(2022년 7월 15일 발행) 10면 연재 두 번째 회를 지면 그대로 옮겼습니다. 이전 판에서 연재명을 '평직 공무원', 필자를 '정만규'로 잘못 적었던 것을 지면대로 '퇴직 공무원', 권영규로 바로잡았습니다.

前 서울부시장 권영규 前 서울부시장 권영규

파라과이 인적자원개발 전문가로 낯선 땅에서 보람을 찾기로 했다. 현지 실정에 어둡고 어렵다고 하더라도 서울로 되돌아갈 수는 없었다. 직접 부딪치며 해결할 수밖에 없었다. 곧장 현지 사정을 파악하기 위한 공부를 시작했다. 파라과이 역사와 문화, 경제와 사회, 그리고 공직 시스템에 관한 자료를 찾아서 읽었다. 정부의 장기발전계획과 각종 정책을 확인하고 실제 제대로 추진되고 있는지 모니터링 자료를 찾고 모으려 애를 썼다. 수많은 사람을 만났다. 장관을 찾아가고 직업훈련청장을 만나고 현장 직원들과 대화했다. 그들이 어떤 문제를 고민하고 어떤 어려움을 겪는지를 듣고 또 들었다. 어색함을 무릅쓰고 회의와 행사를 찾아 다녔고 자청해서 강의하면서 대면기회를 넓혀 나갔다. 그러자 조금씩 파라과이의 현실이 보이기 시작했다.

점차 이들의 사정이 이해되었고 서울 이야기가 아니라 파라과이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서울에서 준비해간 역량강화 사례를 가르칠 것이 아니라 여기 공직자들에게 필요한 공직자 자세와 서비스 정신을 다루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래서 고용노동부 본부와 산하기관 직원들이 함께 참여하는 서비스 태도 향상을 위한 상황극 경연부터 시작했다. 이어서 시큰둥한 간부들을 설득해 가면서 역량 강화 과정을 운영했다. "파라과이! 너는 할 수 있어! (Paraguay, ¡sí se puede!)" 라는 슬로건 아래 자신감을 갖고 스스로 문제를 찾아 해결 방안을 모색하도록 유도하고 지도했다. 첫 번째 시도에서 성공을 거두니 다음부터는 일하기가 한결 쉬워졌다.

장관은 나를 믿어 주었고 내 의견에 동조하며 힘을 실어 주었다. 머뭇거리던 간부들도 나를 받아들이고 인정하기 시작했다. 행사를 통해 많은 직원들을 만나다 보니 어느새 부처내에서는 나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가 되었다. 벽이 허물어지자 이들은 작은 행사라도 있으면 나를 초청하려고 했고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면 스스럼없이 찾아와 내 의견을 듣고 싶어했다. 아순시온에서의 활동은 의미가 있었다. 일이 있으니 몰두할 수 있었고 알아주니 살맛이 났다. 하지만 외로웠다. 연로하신 어머님이 보고 싶었고 가족들이 그리웠고 친구들 생각이 났다.

그래서 귀국을 결심했고 일년 활동을 마무리하며 성과보고대회를 개최했다. 축사를 하러 연단에 오른 고용노동부장관은 정말 고맙다고 했다. 지금 돌아가야 한다면 귀국했다 다시 찾아와서 도와 달라고 했다. 공개석상에서 공식적으로 다시 나를 초청했다. 잠시 귀국했던 나는 기쁜 마음으로 다시 파라과이로 돌아갔다. 그리고 일년간 4륜구동 트럭을 타고 전국의 57개 직업훈련센터를 찾아다니며 역량강화 활동에 매진했다. 나는 점차 파라과이의 속사정을 깊이 이해하고 파라과이의 직업 훈련 현실을 잘 아는 활동가로 인정받기 시작했다. 그러자 한국의 직업능력개발원과 교통연구원에서는 남미 프로젝트를 담당하는 연구원들을 대상으로 남미 행정 특강을 해달라고 요청해 왔다.

나는 파라과이에서 현지인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았다. 나는 그들을 가르치러 갔다고 생각했지만, 오히려 내가 깨우치고 배웠다. 도움을 주려고 갔지만, 오히려 내가 도움을 받았다. 현지인들과 어울려 생활하면서 살아있음을 느꼈고 성취감을 느꼈다. 그들과 함께 하면서 나는 새롭게 성장했고 더 발전했다.

— 권영규 / 前 서울부시장

안동사람 권영규는 서울시 행정1부시장/시장권한대행을 마지막으로 32년 공직생활을 마무리했다. 퇴직 후에는 한국국제협력단(KOICA) 자문관으로 5년이상 해외봉사활동을 했다. 코로나19로 인해 해외활동이 어려워지면서 현재 서울시자원봉사센터 이사장으로 일하고 있다. 퇴직 후 그의 삶의 모습을 4회로 나누어 게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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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영가회보》 8-3호 (2022년 여름호)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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