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실 안내 — 《영가회보》 8-7호(2023년 7월 15일 발행) 10면 〈영가칼럼〉을 지면 그대로 옮겼습니다. 이전 판에서 '김교식 (전 베트남 대사·국립한국대학교 총장)'으로 적었던 필자는 지면대로 김균식 경인매일신문 회장으로 바로잡았고, 지면에 없던 약탈문화재 관련 내용은 뺐습니다.
김균식 경인 매일신문 회장
옛날 과거에 대한 이야기는 꺼내는 것 자체가 촌스럽거나 어색하리만치 민망하게 여겨지는 시대에 도래했다. 누가 감히 아니라 할 수 있을까마는 설날과 추석도 노는 날로 여겨지고 국가 기념일이나 기타 대체 공휴일도 노는 날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이 현실이다.
음력 5월5일 단오절은 한국의 명절 중 하나였다. 달력에 적힌 연간기념일을 보면 듣도 보도 못한 서양의 축제일이 뒤섞여 세대간의 이견을 더하는가 하면 과거 1차산업 중심의 한반도가 지금은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자연환경과 관련된 일정은 아예 명절취급도 못 받는다.
하지만 아무리 과학이 발달해도 자연의 조화까지 함부로 여길 수는 없는 법, 설날과 추석에 이어 단오를 최고로 치는 의미를 보면 단원 김홍도 그림에서나 볼 수 있는 여인들의 고풍스런 분위기가 단오의 전형적인 장면을 연상시킨다. 현재도 강릉 단오제는 매우 풍성한 축제 중 하나다.
시대적 변천에 따라 모든 게 같이 변해 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변화의 방향을 제대로 잡지 않으면 소중한 우리 민족의 문화유산은 물론 모든 정체성까지 혼돈의 세계로 뒤섞여 정작 지켜야 할 얼과 혼까지 잃어버리게 된다.
현대과학으로 이해할 수 없는 오천년 민족의 저력에서 빚어진 자산은 서구 문명에 의해 여지없이 무너지고 있다. 구태에 젖어 케케묵은 과거에 집착하자는 게 아니라 지키고 보존해야 할 것과 개선의 여지가 있어 버려도 되는 것이 구분되지 않는 한 문명만 발달할 뿐 무형의 영적 자산가치는 복구되기 어려운 것이다.
미풍양속의 대표적인 상징은 예절이다. 살아있는 사람사이에는 화합과 인애 사상이고 사망한 자에게는 생전의 업적과 영혼에 가치를 심어 제사를 지내고 예를 올리는 것인데 조금씩 잊혀지다가 이제는 거의 망각된 상태다. 눈앞에 보이는 것, 당장 입에 들어가는 맛있는 음식과 좋은 옷에 편안한 보금자리만 있다고 다 살아있거나 잘산다고 볼 수 없는 이유는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기 때문이다.
불과 70년전만 해도 전쟁이 휴전되어 헐벗은 대한민국이 근대화의 물결에 힘입어 30년만에 기적같은 발전을 이루었다. '86아시안 게임'과 '88서울 올림픽'을 치르면서 급작스런 성장을 보이는 듯 했으나 검증되지 못한 서양문물이 조선의 찬란한 역사와 문화를 허리케인 마냥 휩쓸어 버렸고 그나마 남은 미풍양속은 1990년대 들어 군부종식과 함께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다. 지금은 아예 사라진 우리네 민속경기나 각종 놀이문화는 그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 그나마 지역별로 문화원이 명맥은 지키고 있으나 이 또한 국민적 공감대를 얻지 못하다 보니 일시적인 보여주기에 그치는 경향이 짙다.
결론적으로 우리 것은 우리가 지키고 함께 공유하며 생활 속에 접목되어야 핏줄에 대한 자긍심도 지켜지는 것이다. 땅이나 건물, 통장 계좌에 잔고도 중요하지만 무형의 지적 재산은 우리 민족만이 가진 장점이자 찬란한 문화유산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 문화유산의 수도인 경북 안동의 책임감은 무한하다. 민족의 혼과 얼을 지키고 동방예의지국의 본산이 되어 인륜과 도덕이 생성되는 마지노선이라 할 것이다. 안동을 지키는 사람과 안동출향인 모두가 안동 인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누구의 눈치 볼것 없이 한민족의 명맥유지에 공감대를 형성해야 할 것이다.
— 김균식 / 경인 매일신문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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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영가회보》 8-7호 (2023년 여름호) 10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