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실 안내 — 《영가회보》 8-2호(2022년 4월 15일 발행) 8면 〈영가칼럼〉을 지면 그대로 옮겼습니다. 8-1호에 실린 (上)편에 이어지는 글입니다.
김휘동 대구대학교 행정대학 초빙교수, 전 안동시장
지금부터 12년 전 2010년 10월27일 안동시 옥정동 솔밭식당에서 고향으로 돌아온 열다섯 사람이 모였다. 서로 반가워 손을 마주잡고 흔들며 얼싸안고 복받쳐오는 기쁨에 젖었었다. 참석자 모두가 20~30대 나이 전후 고향 안동을 떠나 먼 타향에서 갖은 역경을 겪으며 아들 딸 출가시키고 현역에서 물러나 그리운 고향으로 돌아가자며 작심하고 귀향했다고 했다.
전 서울시립대학교 김원 부총장을 좌장으로 모시고 회의 명칭을 고심했었다. 김원 회장께서 당시 고려대 교수이며 예술원 원장이시던 고 김종길 문인께 자문을 구하니 귀천회(歸川會)라고 작명해 주셨다. 회원 모두 마음을 달래주는 절묘한 이름이라며 환호를 하며 귀천회가 탄생하게 되었다.
귀천회는 두달에 한번 정도 모여 막걸리 잔을 기울이며 고향으로 돌아와 생활하는 아기자기한 이야기로 서로 꽃을 피워낸다. 먼저 임하 천전리 내앞마을에 귀천하신 김원 회장은 고택에서 '작은 뜰 안 음악회'를 5회나 열었다. 수도권 지역에서 안동출신 교수모임인 동연회 회장을 맡고 있는 김대원 전 경기대학교 예술대학교수. 김 교수는 산수화 대가로 본인이 성장한 남선면 신석리 고향땅으로 돌아와서 '김대원 미술관'을 개관 운영 중이다. 경향각지 미술학도의 현장체험 학습장으로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 서울서 생활하면 그림수요가 만만치 않을 터인데 어려움을 감수하면서도 돌아와 고향을 지키고 있다.
와룡면 재경향우회장 남정순회장도 고향으로 돌아와 양옥집을 지어 살고 있다. 철도청 공무원으로 재직하시다가 철로 신기술을 개발하여 창업하신 김도련 회장은 임하 천전리 마을을 한결 돋보이게 하는 한옥을 신축하였다. 공장이 상주·충주에 있는데, 내앞마을에서 출퇴근을 하루는 상주에 하루는 충주로 출근하면서 고향을 지키고 계신다.
영가회원중 이상호 회장은 (주) 풍산알텍 기업을 경영하고 있는데 풍산 하리 우릉골 고향에 한옥을 지어서 일주일중 3~4일은 안동에 있다가 주말에는 서울에 올라가신다. 안동에서 긴 골짜기로 명성 높은 길안 대곡(한실)마을에는 대구에서 회사를 운영하시던 김연대 시인이 귀천해 살고 있다. 폐교된 모교를 인수해서 문학관을 개관하니 안동·대구는 물론 전국의 많은 문인들이 현장학습을 위해 방문하고 있다. IMF(세계통화기금) 때 발표한 김 시인의 '상인일기' 시(詩)는 전 국민에게 희망과 용기를 심어준 유명한 시이다. 김준한 회원은 서울 한국콘텐즈진흥원 전략본부장에서 은퇴하자 바로 와룡면 균자리 고향마을에 집을 지어 귀천했다. 그런데 경북도와 안동시에서 그의 재능을 그냥 두지 않고 발탁해서 경북콘텐즈진흥원장으로 초빙 재능기부를 받기도 했다. 도산면 온혜리에 귀천한 이목회원은 온계종택을 복원하여 고향을 지키며 농촌 행복마을 만들기 사업 추진위원장을 맡고 있다. 귀천회 총무를 맡은 남재락 회원은 경북도내 주요 농협시군지부장을 맡고 있다가 안동시농협지부장을 마지막으로 퇴임하면서 고향으로 귀천했다. 안동대학교 공자연구원에서 중국어를 공부한 후 동아리회장을 맡아 안동과 중국을 오가며 문화교류의 가교역할을 하느라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안동호 속에 잠긴 고향마을 뒤 언덕 도산 서부리에 아담한 한옥을 지은 신영균 회장은 매주 안동과 서울을 오르내리면서 생활하고 있다. 평생 모은 고문서 2200여점을 국학진흥원에 기탁하였더니 그중 대표되는 소중한 자료를 별도 도록으로 발간하여 세상을 놀라게 하기도 했다.
필자는 서울 내무부(현 행정안전부)에서 근무할 때 영가회원이 되었는데 어언 30여년의 세월이 흘렀다. 지금 안동 선어대 고개 넘어 송천에 벽돌집을 지었다. 그동안 바위위에서 자생하는 소나무 사진을 촬영하여 전시했던 작품들을 걸어두고 자칭 '솔바위 사진 갤러리(SB.Gallery)'라고 이름을 지어보았다. 지면관계로 회원 모두 소개를 할 수 없는 안타까움이다.
지금의 추세로 가면 수도권에는 더욱 사람이 몰리고 안동뿐만 아니라 지방은 서서히 공멸할 수밖에 없다. 귀천회 발족 10주년 기념 토론회를 개최하려다가 코로나19로 인하여 취소하였다. 올해 10월 27일에는 11주년 기념행사를 계획하고 있다. 조상대대로 물려준 자랑스러운 안동의 명맥을 이어 갈 수 있도록 고향으로 돌아오는 귀천회 회원이 더욱 많이 늘어나기를 학수고대한다.
— 김휘동 / 대구대학교 행정대학 초빙교수, 전 안동시장
함께 보기
- 고향으로 돌아오는 귀천(歸川) (上) (8-1호)
출처: 《영가회보》 8-2호 (2022년 봄호) 8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