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의예지(仁義禮智)'는 안동인이 지켜나가야 할 품격

〈영가칼럼〉 권석환 안동문화원장 · 《영가회보》 8-10호 8면

2024年 04月 17日글 · 권석환

편집실 안내 — 《영가회보》 8-10호(2024년 4월 17일 발행) 8면 〈영가칼럼〉을 지면 그대로 옮겼습니다. 이전 판에서 '권석화 (안동향우회 사장)'로 적었던 필자는 지면대로 권석환 안동문화원장으로 바로잡았습니다.

권석환 권석환 안동문화원장

2023년 가을에 제10회 인문가치포럼이 안동에서 개최됐다. 포럼의 주제는 '인간다움, 우리는 누구인가'였다. 과연 어떻게 사는 것이 한 개인으로서 인간답게 살며, 공동체 전체의 도덕성을 회복하고 보다 살기 좋은 지역사회를 만들어 가는 삶인지 물음표를 던진 주제였다. 내일을 예측하기 힘든 변화 속을 살아가는 현 시점에 우리가 함께 성찰해 볼 필요가 있겠다.

폐막식 강연자로 나선 옥스퍼드대 데니스 노블 명예교수의 메시지는 깊은 울림을 안겼다. 데니스 교수는 '우리의 몸과 마음을 창조하는 것은 유전자(genes)가 아닌 우리의 본성(nature)이다. 선택은 오직 우리 자신에 의한 것이다'라는 점을 강조했다. 인간의 본성을 만들어 가고 발전시키는 것은 유전자로 인한 신체반응이 아니라 우리의 '자유의지'라는 것이다. 이는 우리가 '본성'에 대해 주체적으로 고찰하고 정의 내리며, 스스로 정의 내린 본성을 실천한다면 더 나은 삶으로 발돋움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그렇다면 과연 안동 시민이 추구해 왔고 지켜나가야 할 본성은 무엇인가.

필자는 그것을 '인의예지(仁義禮智)'의 정신으로 본다. 인의예지는 우리가 오랜 세월 되새기고 생활에 적용해왔기에 어쩌면 너무나도 당연한 삶의 태도로 자리 잡았다. 그야말로 우리 민족의 오랜 본성이자, 정신문화 수도 안동의 정신이다.

인간이 누군가의 불행을 보고 느끼는 측은한 마음인 인(仁, 측은지심), 자신의 잘못됨을 부끄러워하는 마음 의(義, 수오지심), 상대방의 입장에서 배려하는 마음인 예(禮, 사양지심), 옳고 그름을 가릴 줄 아는 지혜인 지(智, 시비지심)를 일컫는다. 이 네 가지 본성에 충실해 생각하고 행동하는 이를 우리는 인성이 바른 사람으로 여긴다.

하지만 살아가며 잊기 쉬운 것이기도 하기에, 우리는 사회가 어떤 방향으로 변하든 이와 같은 본성을 한결같이 추구하는 인성이 바른 사람은 인정받아 마땅하다고 여긴다.

인의예지를 잊지 않고 실천하기 위해 무릇 지녀야 할 우선적 태도는 상대방과 입장을 바꿔 생각해 볼 줄 아는 것, '역지사지(易地思之)'다.

"앉아 파나 서서 파나 한 값이시더(같은 값이다)"라는 안동 사람들의 불친절한 태도를 보여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물건을 사러 온 손님에게 장사하는 주인이 이와 같은 태도를 보였을 때 손님 입장에서는 배려가 부족하다고 느낄 것이 분명하다. 사려던 물건도 그다지 사고 싶지 않아질 것 같다. 반대로 주인이 친근하게 인사를 건네고 물건에 대한 설명도 자세히 해준다면, 대접받는 기분을 느낀 손님은 사려고 하지 않던 물건을 사게 될지도 모른다. 손님 입장에서 가게 주인이 나를 어떻게 대해주기를 원하는지 입장을 바꿔 생각해본다면 간단하다. 이는 가게 주인을 대하는 손님도 마찬가지다.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마음은 함께 있는 공간을 서로 미소 지을 수 있는 기분 좋은 곳으로 변화시킨다. 이 일상적인 역지사지의 사례 안에 인의예지의 정신이 모두 담겨 있다.

인의예지의 정신 중 안동 지역에서 특히 빛났던 정신은 의(義)로움 즉, 우리 지역 선조들이 건국과 독립에 임했던 정신이다.

안동인들은 삼태사를 중심으로 전세가 불리한 왕건을 도와 고창전투를 승리로 이끈 고려 건국의 일등공신이었다. 임진왜란 때는 명재상인 서애 류성룡 선생이 있었다. 근대에는 석주 이상룡, 일송 김동삼, 동산 류인식, 향산 이만도 외 수많은 독립운동가들이 강건한 정신으로 나라를 지켜냈다.

이 지역의 시민으로서 일상 속 역지사지와 더불어 역사 속 선조들의 의로움을 되새긴다면, 우리는 보다 깊은 품격을 지닌 정신문화 수도의 위상을 지켜나갈 수 있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우리 민족 정신문화의 핵심과 기본이 되는 인의예지의 정신과 실천, 그 중 특히 안동 역사에 기록된 의(義)의 정신은 이토록 풍요롭고 변화무쌍한 21세기에도 불변의 가치를 지닌다. 이것이야말로 안동 시민이 자유 의지로 선택하고 추구해 나가야 할 정신문화 수도의 본성이다.

— 권석환 / 안동문화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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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영가회보》 8-10호 (2024년 봄호)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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