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실 안내 — 《영가회보》 8-10호(2024년 4월 17일 발행) 6면 글을 지면 그대로 옮겼습니다. 이전 판에서 '권혁수 (예천문화원 부원장)'로 적었던 필자는 지면대로 권세준 예천군문화원 이사·문학박사로 바로잡았습니다.
예천군문화원 이사·문학박사 권세준
디지털·AI가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현대 사회에 있어 역사와 전통문화를 어떻게 이해하며 보전을 위해 무엇을 해야하는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노령인구의 증가와 인구 절벽에 따른 전통사회 붕괴는 물론 전통문화가 사라지고 왜곡되고 있다. 또한 이러한 현실을 대체할 새로운 것도 마땅하지 않은 불확실성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전통문화는 더욱 절실하게 다가온다. 이러한 시대적 상황에도 비교적 전통문화가 잘 보전되고 있는 필자의 고향인 예천의 역사와 전통문화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고 미래의 문화자산으로서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가능성을 가늠해 보고자 한다.
예천(醴泉)은 봉황의 전설과 청룡의 기맥을 받은 인걸지령(人傑地靈)의 고을로 예로부터 문명지향이라 했다. 신라시대 수주에서 예천–보주–기양–양양–청하–예천이라는 지명으로 1400여년의 유구한 역사와 전통과 문화를 지니고 있는 추로지향이며 충효의 고장이라 할 수 있다. 예천은 삼국시대 신라의 최북단 접경지역으로 전쟁의 위험에 늘 노출되었다. 이러한 지리환경적 특성으로 인하여 인근 지역인 안동과 영주를 비롯한 주변과는 상대적으로 열악한 곳이나 걸출한 인물과 선사시대의 유물을 비롯한 유불(儒佛) 문화와 태실(胎室) 유적과 우수한 기록문화 등을 지니고 있다.
또한 예천의 유림이 공론하여 1640년부터 학문과 덕행을 기리는 동시에 예천의 정신적 지주로 추앙받는 4현을 선정하여 향현사에 배향하였다. 이들 4현은 여말선초의 문신이자 학자인 송정 조용(趙庸, 1424), 그의 문인이자 양촌 권근의 학통을 이은 여말선초의 문신이자 학자인 별동 윤상(尹祥, 13731455), 무오사화에 화를 입은 조선 전기 문신이자 학자인 수헌 권오복(權五福, 14671498), 선조대의 양란에 공을 세우고 죽음을 무릅쓰며 이순신의 무죄를 주장하는 차자를 올려 장군의 목숨을 구한 서원부원군 약포 정탁(鄭琢, 15261605) 등이다.
뿐만 아니라 예천은 활의 고장답게 예천 출신들이 올림픽의 양궁에서 금메달을 가장 많이 따고 있다. 또한 다양한 분야에서 예천인들은 자신의 정체성을 분명히 하고 단합하여 도우며 살아가는 은근과 끈기를 자랑하고 있다.
한편 물의 고장으로서의 예천은 물이 좋기로 유명한 곳이다. 예천의 물은 물맛이 달아 '단술(醴)'이라고 하였다. 전설의 새인 봉황은 '예천수(醴泉水)'만 마시고 오동나무에 앉아 쉬며 오동 열매만 먹는다'고 하였다. 예천은 이렇듯 봉황의 전설을 지닌 상서로운 고장이다.
한천(漢川)은 봉화의 소백산에서 발원한 내성천(乃城川)을 만나 삼강(三江)에서 문경의 금천(金川)과 안동의 낙동강(洛東江)과 합수하여 바다에 흐른다. 낙동강은 발원지인 태백 황지연못에서 부산의 을숙도까지 강줄기를 이으며 흐르는 우리나라에서 제일 긴 강이다. 풍양면 삼강에서 내성천과 금천을 만나 700리를 장류하며 부산의 바다까지 1300리 강물길을 이루는 가히 영남의 젖줄이라 할 수 있다.
예천과 안동과 영주에는 이러한 물의 흐름을 가장 상징적으로 의미로서의 곡류하천(曲流河川) 세 곳이 있다. 안동 풍산의 하회(河回)와 영주의 수도리(水島里, 무섬)와 예천의 회룡포(回龍浦)이다. 회룡포는 원래 의성개(포)라 불리웠으나 인근 고장인 의성에 있는 것으로 오해할 수 있어 회룡포로 명칭을 바꾸었다.
이와같이 1400여년의 역사와 전통문화를 전승하여 발전시키고 있는 예천은 안동과 함께 경북도청을 유치하여 새로운 천년을 비상하는 야심찬 준비를 하고 있다.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상존하며 상생 발전할 수 있는 지혜와 역량을 모아 전통문화는 해체되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새로운 창조를 위한 소중한 자산이라는 인식이 들도록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노력이 더욱 절실할 때라 생각한다.
잊혀지고 사라져가는 역사와 전통문화에 대한 관심이 필요한 시기에 재경 안동인의 모임인 영가회(회장 문상부) 원로회원들이 예천의 역사와 전통문화를 비롯한 '예천 정신'을 느껴보기 위해 4월23~24일까지 1박2일로 예천지역에 대한 역사문화 탐방을 기획한 것은 의미가 크다 하겠다.
지금 우리 사회는 대한민국의 건국과 역사와 이념 문제로 열기가 뜨겁다. 다큐멘터리와 영화를 비롯한 영상문화가 첨병 역할을 하고 있다. 역사와 전통문화는 자신과 이웃과 주변을 제대로 알아보고 이해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역사적 사실과 전통문화는 정치와는 별개의 문제로 다루어져야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역사·문화적으로 가장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며 함께하고 있는 예천과 안동은 서로의 전통문화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경북도청을 공동으로 유치하여 도청신도시를 10만의 주민이 정주하는 명품 자족도시로 발전시켜야 할 공동의 책무가 있음을 감안하여 구도심과 신도시가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새로운 전통과 문화의 조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예천과 안동은 서로 합심하여 지역의 전통문화를 미래의 자산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공동의 관심과 함께 전통문화에 대한 새로운 이해와 전승을 위한 노력의 하나인 역사문화 탐방의 지속을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할 것이다.
— 권세준 / 예천군문화원 이사·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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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영가회보》 8-10호 (2024년 봄호) 6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