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실 안내 — 《영가회보》 8-8호(2023년 10월 15일 발행) 6면에 실린 글을 지면 그대로 옮겼습니다. 이전 판에서 '이재일'로 적었던 필자는 지면대로 이재욱 전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으로 바로잡았습니다.
이재욱 전 농림축산식품부 차관
청량리에서 출발하는 안동행 아침 9시 기차를 탈때면 늘 가슴이 설레며 새롭다. 옛날 기차로 고향을 방문할 때 생각도 나고, 이제는 얼굴조차 아스라한 옛 친구를 우연히 만날 것 같기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보다는 이번 학기 새로 강의를 맡기 시작한 안동대학교에서 학생들을 만나는 기대감이 더 크기 때문이다.
2시간 만에 안동에 도착하는 기차 여행은 6시간 이상이 걸리던 예전과 비교하면 엄청난 변화라는 것이 실감난다. 안동 거리는 한산하고 시내를 오가는 행인이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분들은 대부분 어르신들이고, 젊은이들의 모습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시내 중심가가 이런 상황이면 읍면이나 농촌은 훨씬 더 심각할 것 같다. 지난 몇 주 안동을 오가며 인구감소, 고령화란 단어가 확실히 피부에 와닿는 느낌이다.
전체 인구감소 상황에서 수도권에서 멀리 떨어진 안동의 인구감소는 앞으로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예정된 미래를 소망하는 미래로 만들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그동안 많은 지자체들이 대기업 유치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결과는 그리 좋지 않았다. 대기업들의 주력 첨단산업들은 우수 인재 확보와 R&D 등 관련 부서와 클러스터를 위해 대도시 인근으로 집중되는 추세 때문이다.
이런 여건에서 기업 유치와 함께 인구 유치를 고민하는 것은 어떨까. 전략은 안동이 가진 자원과 잠재력에서 찾아야 한다. 젊은 세대를 위한 전략으로 지역의 자원을 현대적 감각으로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젊은 밀레니얼 세대들은 로컬을 시골이나 변두리가 아닌 혁신과 또 다른 라이프 스타일로 여긴다.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은 열망이 강한 미래 세대가 안동에서 그 일을 찾을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강릉의 커피, 양양의 서핑뿐만 아니라 이웃 의성에서도 이런 노력이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 최근 정부도 지역균형 발전 전략으로 문화특구 지정을 통해 지방의 로컬리즘(지방다움)을 콘텐츠로 육성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지방의 관광자원과 문화를 기반으로 특색있는 로컬 여행 컨텐츠를 활용한 워케이션(일을 하면서 휴가를 즐기는 근무형태) 프로그램을 통해 체류형 여행모델을 확산시킨다는 계획이다. 중앙 정부의 정책 의지를 구현할 지자체의 참신하고 디테일한 실행방안이 필요하다.
둘째는 베이비부머들을 유치하는 방안이다. 젊은 인구가 급감하는 상황에서 1700만명의 최대 인구 집단인 베이비부머에 포커스를 맞출 필요가 있다. 수도권에 거주하는 베이비부머 805만명 중 440만명이 지방 출신이다. 작년 정부통계에 의하면 37.2%의 베이비부머가 귀농·귀촌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이들의 경륜과 네트워크를 활용, 지역에 필요한 고령친화형 서비스나 커뮤니티 비즈니스형 일자리 등을 적극 만들 필요가 있다. 지역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빈 점포를 리노베이션해서 지역색이 짙은 카페나 공방, 수제맥주 양조장, 민박 등을 열 수도 있다. 로컬지향적 귀향인들의 이모작 일자리는 지역에 가치 경제를 뿌리내리게 해 지속가능한 지역사회를 만드는데 크게 기여할 것이다.
셋째는 '관계 인구' 확보이다. 관계 인구는 정주 인구와 교류인구의 중간 개념으로 특정지역에 정착하지는 않지만 정기, 비정기적으로 지역을 방문, 지속적 관계를 유지하는 사람을 말한다. 지역 공간과 서비스를 이용하며 다양한 소비 활동 등을 통해 지역에 기여하는 측면에서 중요성이 있다. 관계 인구 창출을 위해서는 수요자 니즈에 기반한 빈집은행, 재능은행 등을 통하여 다양한 인재들이 지역사회에서 필요한 활동에 참여하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
예정된 미래를 소망하는 새로운 미래로 만들기 위해서는 참신한 발상과 혁신적인 정책, 관련 기관들의 협업을 통해 실질적인 성과를 창출하는 노력이 절실하다.
— 이재욱 / 전 농림축산식품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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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영가회보》 8-8호 (2023년 가을호) 6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