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과 낙동강이 펼쳐놓은 나의 안동 시절

〈안동문화〉 권오춘 퇴계학진흥회 부회장 · 《영가회보》 8-8호 11면

2023年 10月 15日글 · 권오춘

편집실 안내 — 《영가회보》 8-8호(2023년 10월 15일 발행) 11면에 실린 글을 지면 그대로 옮겼습니다. 이전 판에서 '도재억'으로 적었던 필자는 지면대로 권오춘 퇴계학진흥회 부회장으로 바로잡았습니다.

권오춘 퇴계학진흥회 부회장 권오춘

인간의 삶에 시공(時空)의 영향이 지대함에 놀라지 않을수 없습니다.

안동에서 태어난 저는 어려서 서당을 다니면서 천자문을 한글에 앞서 배우는 기회를 얻어 지금껏 한학을 익히면서 선현의 글을 가까이하며 생활했습니다. 또한 백두대간과 낙동강이 펼쳐놓은 자연환경의 얼개를 벗어날 수 없었던 소감을 올려보려 합니다.

어릴적 부모님께서 부지불식간에 보고 들은 고전들을 접하면서 온몸으로 훈습된 대화중에 "항상 남에게 져주고 살라, 양보하고 지내면 다리 뻗고 산다"고 강조하신 말씀들이 고전의 핵심을 생활속에 실천하신 선조들의 유산임을 깊이 통찰하였습니다.

주역 '지산겸(地山謙)' 괘에 '우뚝한 산이 땅속에 몸을 낮추니 겸손이 된다'는 것인데, 이 괘의 교훈은 '스스로를 돌아보고 주변을 살펴 언행을 삼가는 자세를 가지라'는 의미가 됩니다.

초효부터 상효까지 육효(六爻)가 모두 겸손이 형통한 것은 64괘중에 가장 좋은 괘가 지산겸 괘입니다.

노자 66장에도 '모든 강과 바다가 백곡의 왕이 되는 것도 자신을 낮춘 결과 큰강과 바다를 이룬 것'이라 했습니다.

노자 상선약수(上善若水)에 '가장 좋은 것은 물과 같다'라고 주장합니다. '물은 만물을 잘 이롭게 하면서도 다투지 않고 중인(衆人)들이 싫어하는 낮은 곳에 거처하니 도에 가깝다'고 했습니다. 가장 이상적인 삶은 물의 형태로 살아가라는 것이지요. 물은 만물에 생명을 부여하고 성장케하며 낮은 곳으로 흘러가길 좋아하며, 네모난 그릇에 담으면 네모의 모양이 되고 둥근 그릇에 담으면 둥근 모양이 됩니다. 물은 자신의 모습을 고정시키지 않고 항상 변화를 가능하게 함으로써 상대방을 거스르는 일이 없으며 어떠한 모양으로도 바뀌는 유연성을 가집니다. 불은 위로 향하지만 물은 낮은 곳으로 향하는 겸손의 대표적 속성을 갖지요.

저는 마흔다섯에 증권사 지점장을 사퇴하고 고전공부를 하려고 결심합니다. 아마도 부모님께서 심어놓은 선현의 말씀들이 늘 가슴속에서 생동했던가 봅니다. 영가지역의 풍속과 전통은 잘 보존하고 계승할 덕목으로 각인된 결과인 듯 합니다.

'안동인'이란 과찬과 기대에 부응할 수밖에 없는 습관과 행동규범이 타인들과 다른점이 있어서인지 증권회사 입사후 특진과 표창을 받게 된 것은 학교성적이 우수해서라기보다 겸손과 성실의 덕분이었습니다.

조순 선생님과 중국 청도대학 특강에 동행할 때 곡부(曲阜)의 공묘(孔廟)와 추성(鄒聖)의 맹묘(孟廟)를 참배할 때 안동에서 준비해간 도포와 유건을 착복하고 예(禮)를 올릴수 있게 되자 감동하셨지요. 그래서 늘 저를 칭찬하시고 신뢰를 하시면서 출타하실 때 늘 저를 동행케 하시면서 많은 가르침을 주시고 저는 가까이에서 배울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지요. 더욱이 한학에 정진할 수 있도록 한송 성백효 교수님을 소개하셔서 현재까지도 고전의 심해를 건널수 있게 도와주셨습니다. 또한 퇴계선생님의 문집을 읽으면서 더욱 정신집중하며 공부한 것 중에 영가 선현의 일면을 이어보려는 저의 작은 성의가 선생님께 보여진듯 합니다.

지금은 퇴계학진흥회 이희범 회장님을 보좌하며 김광림 퇴계학 연구회 이사장님, 이기동 국제퇴계학회 회장님과 교유(交遊)하면서 지금껏 공부한 고전과 퇴계선생의 문집을 대하면서 무한의 감사와 감동을 우리 영가회원들과 공감하고픈 마음에 경·사·철(經·史·哲)의 옛 고전이 주는 지혜를 우리 자손들에게 전하고 교육하는데 같이 하고픈 마음을 공유하고자 경험담을 올려봅니다.

— 권오춘 / 퇴계학진흥회 부회장

출처: 《영가회보》 8-8호 (2023년 가을호)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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