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실 안내 — 《영가회보》 8-4호(2022년 10월 15일 발행) 9면 〈영가칼럼〉을 지면 그대로 옮겼습니다.
권원오 — 사) 대구경북시도민회 상근부회장, 사) 대한민국시도민회연합 상임부회장, 전) 안동향우회장
올 6월 지자체장 선거를 얼마 앞두고 고향 안동을 다녀왔다. 당시 친구들 몇 명이 모여서 안동을 걱정하는 이야기를 나눴다. 선거철이니까 안동이 많이 시끄럽다고 했다. 왜 이리 시끄러울까? 똑똑하고 영리하며 셈이 빠르고 경쟁에서 지기 싫어하기 때문이란다.
밥값을 먼저 지불하는 사람은 관계를 중요시 해
너무 똑똑하게 사는 것보다 좀 어리석고 둔하게 산다고 손해만 보는 것은 아닐텐데...
가을이 되니 도토리가 많이 떨어진다. 다람쥐는 겨울에 먹을 양식을 준비하느라고 땅 밑에 도토리를 묻어 놓지만, 어리석게도 묻은 장소를 모두 기억하지는 못한다. 찾지 못한 도토리는 다음해 봄에 싹이 나고 자라서 더 많은 도토리를 다람쥐에게 주게된다. 다람쥐가 영리해서 묻어둔 곳을 모두 알고 다 찾아 먹어버렸다면 도토리 나무는 줄어들었을 것이다. 다람쥐의 어리석음 때문에 먹거리가 풍족해진 것이다.
밥값을 항상 먼저 지불하는 사람은 돈이 많아서도 아니고 어리석어서도 아니다.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똑똑한 사람 옆에는 사람이 모이지 않고 외로워진다. 좀 모자라고 어리석게 보이는 사람 옆에 사람이 모인다. 필자가 태어난 임하동 입향조 권환(權奐) 할아버지는 호(號)가 이우당(二愚堂)이다. 그래서 오늘도 어리석게 살아가고 있다.
독특한 안동 사투리
정신문화의 고장, 안동은 독특한 것이 많다. 그중 사투리가 또 특이하다. 필자가 재경안동향우회장으로 있을 때, 송년회를 800명이 하림각에 모여 개최하였다. 그때 우리 안동 사투리 대회를 열었는데 1등한 사투리 내용을 소개하려고 한다.
서울 사돈이 안동 사돈댁을 방문하려고 안동역에 내려서 이리저리 살피니, 마중나온 안동사돈이 택시 잡는줄 알고 "사돈요, 우리집이 개잡니더" 라고 한다. 서울 사돈은 개를 잡는다는 이야기로 알고, 사돈 대접을 잘하는 고장이구나 하면서 걸어간다. 그러다가 앞서가던 안동사돈이 이번에는 서울사돈을 보고 "사돈요, 우리집이 소잡니더"라고 한다. 서울사돈은 "개잡는다고 하더니 소를 잡기로 했구나. 안동 양반이 역시 대단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집에 도착하여 점심상이 나오는데 개도 없고 소도 없고 반찬은 나물국에 짠지 하고 계란찜이 놓여있는데, 밥이 넘어가지 않았다. 마당에 닭이 다니는 것을 보고, 닭이라도 한 마리 잡아주면 좋을터인데 하는 생각에 "저 닭이 사돈네 닭입니까" 물으니 안동 사돈이 "개시더" 라고 한다. 닭을 보고 개라고 하니 한번더 물었다. "저 마당에 있는 닭의 주인이 사돈입니까" 하니 "개라카이요"....
안동사람들아! 집이 소잡은 것은 괜찮지만 마음이 소잡으면 살아가는데 힘들어요.
중국의 노자(老子)가 눈이 많이 내리는 날 산 아랫길을 걸어가는데 옆에서 "뿌지직"하는 소리에 깜짝 놀랐다. 굵은 가지가 눈의 무게를 버티다가 무거움을 이기지 못하고 부러져 버렸다. 그런데 가느다란 가지는 눈이 모이면 아래로 떨어뜨린후 제자리로 돌아오고 있었다. 노자는 크게 깨달았다. "버티는 것 보다 변화하는 것이 지혜롭구나" 그렇다. 갈대는 약한 바람에도 휘청거리지만 곧바로 제자리로 돌아간다. 사람도 고집부리며 버티는 것 보다 유연성 있게 대처하면 회복 탄력성을 높일 수 있다.
— 권원오 / 사) 대구경북시도민회 상근부회장, 사) 대한민국시도민회연합 상임부회장, 전) 안동향우회장
출처: 《영가회보》 8-4호 (2022년 가을호) 9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