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상지(吉祥地), 내 고향 안동 〈下〉 — 우직·믿음·무뚝뚝한 선비정신이 안동인

영가 사람들 · 세명대 석좌교수, 前 공정거래위원회 국장 권기성

2022年 10月 15日글 · 권기성

편집실 안내 — 《영가회보》 8-4호(2022년 10월 15일 발행) 8면 기고 〈下〉편을 지면 그대로 옮겼습니다.

권기성 권기성 — 세명대 석좌교수, 前 공정거래위원회 국장

안동출신으로 오늘날 현직에서 후진양성에 정진하고 있는 대학교수만 해도 1000여명이 넘는다고 한다. '동연회'(東硏會·안동출신 교수모임)의 사례를 보더라도 역시 안동은 추로지향, 인재의 고장이 아니라고 그 누구도 말할 수 없지 않겠는가. 이는 기필코 산자수명(山紫水明)한 안동의 지형적 특성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된다. 예로부터 안동인의 기개를 태산교악(泰山嶠嶽·큰산과 웅장한 봉우리)이라고들 말했다. 즉 우직하고, 믿음직스럽고, 무뚝뚝하면서, 선비정신을 유감없이 발휘할 줄 아는 안동인이 그것이다.

지금 나라가 어렵다고 한다. 안동인의 선비정신이 절실히 요구될 때이다. 우리는 늘 이렇게 면면히 우리의 학풍과 기질을 자랑해 왔고, 스스로 호국하는 선비라고 말해 왔다. 이 나라의 명예회복을 위해서, 그리고 IMF(국제통화기금)충격을 조기에 완화하기 위해서 우리는 뛰었고, 그 기지를 발휘했다. 앞에서 말했듯이 국가가 위기에 처했을 때 우리 안동인은 늘 이를 극복하고 치유하는데 큰 보탬이 되어 왔다.

자고로 '치자(治者)는 세상을 원만히 다스릴 수 있고, 두루 볼 줄 아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한다. 그래서 치자가 되려거든 학문을 널리 배워 자기를 위해서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남을 위해서 생각하고 행동하며 자기를 엄격히 관리하고 다스려야 한다. 치자는 전문직업인이 아니다. 정치인이 전문직업인이 되면 정치는 정상배의 소굴이 되어 버리고 백성의 호주머니엔 구멍이 나고 나라의 금고 속에는 먼지만 앉게 되어 오늘날의 환란세태(換亂世態) 이상의 충격을 초래함은 명약관화한 일이며, 또한 진리이다. 그러므로 우리 선현들은 두루 살피고, 두루 사랑하며, 두루 올바르게 사는 '군자'가 된 치자가 되길 노력하였다. 오늘날 우리 국가의 현실, 어렵게 국가의 명운을 떠맡은 이상, 무엇이 무섭고 두려울 것인가! 신명을 바쳐 더 이상, 불쌍한 국가와 국민을 시행착오의 대상이나 시험대에 올려놓는 우(愚)를 범하지 않았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이, 우리 국민은 물론 우리 안동인의 염원이 아니겠는가.

명문세족이 많은 안동은 문화유적 또한 많다. 어디를 가 보아도 정묵온아(靜默溫雅)한 유교 문화유산을 엿볼 수 있어 전국적으로 문화재가 가장 많은 곳으로, 안동웅부(安東雄府)의 위용을 자랑할 만하다. 우리 안동문화는 사대부의 의식을 반영한데다가 역사적 길이나 사회적 폭을 총체적으로 수용하고 있어, 민중들의 문화적 창조력이 더욱 왕성했음을 보여주는 것이 그 특징이라 하겠다. 대표적으로 도산서원·병산서원·봉정사·개목사·영호루·임청각·제비원 등을 들 수 있다.

이 문화유적의 밑받침은 대쪽같은 지조인 유림의 선비정신과 일반서민들의 자기를 지켜 나가는 자존정신에서도 충분히 그 혼을 찾을 수 있다. 더욱 안동문화는 상층·하층 문화가 균형과 조화를 이룬 가운데 문화의 깊이와 폭을 확보하면서, 비판적 현실 인식과 자존적 지역의식의 토대 위에 문예적 창조역량을 넉넉하게 발휘해 왔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안동지방을 중심으로 한 문화가 우리 나라 문화발전의 정신적 지주와 선도적 기능을 담당해 왔다고들 말하지 않는가.

여기에다 전통 민속 문화 또한 빼놓을 수 없는 걸작이다. 차전놀이, 놋다리밟기, 하회별신굿탈놀이, … 이들 모두 우리 조상들의 슬기와 지혜가 두루 스며들어 있고, 그 얼이 면면히 이어 내려와 우리 후손들의 마음과 정신을 풍요롭게 해주고 있다. 어느 누가 고향을 찬미하지 않을 사람이 있겠는가 마는, 필자는 안동을 예찬하고 안동을 사랑하기에는 아직 부족함이 많지만 왠지 안동에 푹 빠지고 싶다. 오늘날 우리 안동인에게는 이 아름다운 길상지 안동이 있기에 뽐내고 더 떳떳하고 더 당당하게 살고 있지 않는가. 우리 영가 안동을 더욱 안동답게 가꾸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를 재음미해 보아야 할 때라고 생각해 본다.

— 권기성 / 세명대 석좌교수, 前 공정거래위원회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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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영가회보》 8-4호 (2022년 가을호)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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