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실 안내 — 《영가회보》 8-1호(2022년 1월 15일 발행) 7면 〈영가칼럼〉을 지면 그대로 옮겼습니다.
이동수 안동문화원장·철학박사, 전 성균관 청년유도회중앙회장
국가의 기본은 부국강병(富國强兵)으로 나라를 보존하고 백성들의 삶을 행복하게 해주어야 한다.
국운이 기울어가던 조선조 말엽 열강들의 각축장이 된 한반도는 1905년 일제에 의한 굴욕적 을사늑약의 체결로 서서히 나라가 망해가고 있었다. 이때 안동에서 단발(斷髮)을 거부하던 위정척사(衛正斥邪)의 선비였던 동산 류인식(1865~1928)은 서구의 근대사상과 학문을 접하고 벼랑 끝에 내몰린 조국과 민족을 구하기 위하여 "오백 년 종사가 드디어 망하고 몸이 없어지려는데 한줌의 머리털이 문제겠는가?"하고 상투를 자르고 계몽운동에 앞장서자 아버지로부터는 의절(義絶)을 당하고, 스승으로부터는 파문(破門)을 당하는 혁신유림의 길을 걷게 된다.
1921년 일제치하의 조선을 방문한 영국의 노스클리프 자작이 조선을 본 첫 인상은 비참했다. "조선은 사지(四肢)가 마비되어 스스로 움직일 수 없는 병자와 같다. 조선만큼 더러운 곳이 없고 사람들이 똥구덩이에 산다, 인민의 생명도, 재산도, 자존심도 지켜주지 않는 그런 나라는 오히려 망해 버리는 것이 민중을 구제하는 길이다."라고 했다. 이것이 불과 100년전 일제 강점하의 우리의 사회상이었다. 안동은 '역사문화의 도시'이자 '정신문화의 수도'라는 자부와 긍지를 지니고 있지만 과거의 역사와 영화(榮華)에 매몰되어 급속하게 변화하는 현실에 대응하지 못하고 혹여나 뒤처지고 도태되지 않을까 우려되고 있다.
우리 안동은 근세 산업화 정책에서 철저히 소외되어 '지방소멸' 도시에 포함되는 위기에 처해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단체장이나 사회지도층이 힘을 합쳐 지역발전의 과제를 함께 걱정해도 부족할 형편인데 시의회는 정치적으로 갈라져 대립하고 있고, 유림들은 호계서원 복설로 인하여 시비갈등을 겪고 있다.
혁신유림이란 정의(正義)를 실현하는 사람이다, 정의란 '마음이 정직하고 행동이 정의로운 사람'을 말한다. 우리 안동의 선인들은 일제의 핍박에도 불구하고 조국광복을 위해 혁신유림의 길을 걸었다. 도덕이 무너지고 정의가 사라진 이 시대에 우리는 정의와 평등을 실현하기 위해 어떠한 삶은 살았는지 통렬한 반성을 통해 혁신유림의 가치를 실현해야 한다.
- 우리는 권력이나 가진 자에게 굴종하거나 아부한 적은 없는가.
- 우리는 부정부패에 연루되어 사회에 손가락질 받게 하지는 않았는가.
- 우리는 인맥과 친분에 치우쳐, 파당의 이해에 편승한 적은 없는가.
- 우리는 대의명분을 버리고 개인의 이익을 위해 다툼을 한 적이 없었는가.
- 우리는 서민의 아픔과 사회적 약자를 외면하고 위만 보고 살지는 않았는가.
우리는 물질만능의 이기주의가 만연한 현대사회에 앞만 보고 살다가 주변을 돌아 볼 수가 없었다. 이러한 우리의 반성을 통해서 삶의 자세를 새롭게 가다듬어 본다.
- 유림이나 사회지도층의 도덕적 삶이 현사회의 계층간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최고의 수단이다.
- 죽음을 무릅쓰고 바른소리 하던 선비정신으로 사회문제에 올바른 비판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
- 사회지도층은 시대과제인 자유·민주·정의·평등·인권·상생의 가치 실현을 위해 앞장서야 한다.
- 사회지도층은 덜 배우고, 어렵고, 외롭고, 없는 자에게 따뜻한 마음으로 돕고 사랑해야 하며, 지도층의 부도덕에는 추상같은 비판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
- 우리는 안동의 전통문화와 미풍양속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야 하고 항상 배우고 자신을 새롭게 혁신해 가야 한다.
우리는 사회발전의 과정을 경험하면서 경쟁사회의 모순을 목도하고 있다. 우리사회는 성공한 사람만이 살아가는 세상이 아니라 모두가 함께 살아가는 세상이다. 오죽하면 능력위주의 사회적 모순에서 '정의란 무엇인가'의 저자 하버드대 마이클샌델 교수가 대학이나 직장에 추첨을 하자는 말이 나오겠는가!
안동의 발전은 물질적이고 외면적인 발전도 중요하다, 그러나 정신적 가치를 존중하고 미풍양속을 지켜가면서 모두가 서로를 배려하고 사람 냄새나는 행복한 세상을 만들어 간다면 다음 세대에도 희망이 있을 것이다.
— 이동수 / 안동문화원장·철학박사, 전 성균관 청년유도회중앙회장
출처: 《영가회보》 8-1호 (2022년 겨울호) 7면
